웅장한 천왕봉 조망 감탄 연발

제17구간 복성이재∼781봉∼사치재∼매요리(11㎞)

S&T중공업 백두대간 종주팀(팀장 박재석 대표이사·이하 종주팀)은 장쾌한 두타∼청옥∼고적대∼백봉령 '100리 대간길의 여운'이 오롯이 남아 있던 지난 24일 오전 가벼운 마음으로 버스에 올랐다. 전북 장수군 번암면과 남원시 아영면을 잇는 복성이재를 출발해 남원시 운봉면에 위치한 매요리까지 산행거리는 11.01㎞로 지금껏 가장 짧은 구간이다. 산행시간도 5시간 정도로 여유 있게 잡았지만 4시간 남짓이면 충분한 거리다.

구간 최고봉(781봉)의 높이가 말해주듯 전체 봉우리의 높이가 800m를 넘지 않는 푸근한 코스다. 이처럼 대간 구간임에도 산세가 험하지 않고 거리가 짧은 탓에 종주팀뿐만 아니라 S&T그룹 임직원 120명 등 모두 140명이 함께 복성이재에서 구간 최고봉인 781봉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아직 아침 찬 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숲길을 따라 30여 분 정도 올랐을까 너덜길이 나타났다. 너덜길이 옛 성터의 잔해였다는 사실은 조금 있다가 바로 알았다. 마루금에 이곳이 아막성(阿幕城)이었음을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었다. 아막성은 전라북도 기념물 제38호로 지정된 돌로 쌓은 산성으로 둘레가 633m에 이른다. 삼국시대 백제와 신라가 격렬한 영토 쟁탈전을 펼쳤던 곳으로 긴 세월의 무게에 못 이겨 산성은 그 흔적 일부만 드러낼 뿐 웅장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아막성터에서 잡목 숲이 우거진 내리막을 내려섰다가 다시 철쭉이 우거진 오르막에 올라서면 구간 최고봉인 781봉과 만난다. 이곳에서 서쪽으로 바라보면 번암면 일대 들판이 시야에 들어온다. 시리봉을 향한 능선길에 올라서면 마루금을 경사길 능선을 계속 걷게 된다. 헬기장을 지나 남쪽으로 방향을 틀면 693봉에 닿는다.

이번 구간 산행의 하이라이트는 693봉이다. 좌측으로 영·호남을 잇는 88고속도로와 지리산 휴게소가 한눈에 들어온다. 특히 저 멀리 우뚝 솟은 민족의 영산 지리산 천왕봉의 웅장한 모습을 조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693봉에서 천왕봉까지 직선거리는 약 29㎞로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느껴진다. 대간길을 따라가도 70㎞ 남짓이면 당도할 수 있다.

2008년 4월 19일 이른 새벽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 흘리 진부령 고갯마루에서 백두대간 종주를 시작한 것이 불현듯 떠올랐다. 언제 목적지인 천왕봉까지 788㎞ 그 먼 길을 걸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바로 눈앞에 천왕봉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물론 아직 중간 구간이 많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현재의 심정으론 대간 종주가 얼마 남지 않은 것처럼 가슴이 뛰었다. 693봉에서 내려서 624봉부터 620봉까지 약 1.3㎞ 구간을 지나 한참 경사길을 내려오면 88고속도로가 지나는 사치재에 당도한다. 백두대간 마루금을 고속도로가 끊은 것이다. 이 구간은 안전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반드시 고속도로 아래로 난 지하통로를 따라 이동해야 한다.

사치재에서 매요리까지는 오르막과 내리막을 몇 번 계속하다가 618봉을 지나 소나무 숲 지대를 거쳐 유치 삼거리에 이르면 사실상 구간 산행이 끝난다. 유치 삼거리에서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매요리까지 가도 되지만 오른편 밭으로 난 길을 따라 5분 정도 걸으면 이미 폐교가 된 운성초교가 나온다. 운성초교 바로 앞에는 대간꾼의 요람으로 불리는 매요 휴게실이 있다. 매요 휴게실 앞 나무에는 그동안 거쳐 간 수많은 대간꾼이 걸어 놓은 리본이 마치 깃발처럼 나부낀다.

운성초교 야외 학습장에서 여정을 푼 종주팀은 함께 온 일행과 함께 점심을 곁들인 하산주로 목을 축였다. 매요리에서 백두대간 종점인 천왕봉까지는 59.2㎞로 4구간에 걸쳐 나머지 산행이 진행될 예정이다. 매요 휴게실 할머니의 넉넉한 인심은 대간 종주 막바지인 2011년께나 다시 만날 수 있을 듯하다. 할머니 그동안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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